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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라산 만인보]골프장 둘러싸인 오름, 헐값에 팔린 제주자연_110622_한라일보

  • ▲고용창출과 세수 확대라는 명분으로 골프장이 난립하면서 귀중한 제주자연이 헐값에 팔려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제공


    오름 위에 올라서 본 광활한 초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오름 주위의 조그마한 공간도 양보하지 않고 동서남북으로 달리고 있는 골프코스가 이제는 보편적인 경관이 되어버렸다. 

    ▶오름에 올라 골프장을 보다?

    2010년 9월 기준으로 제주도 골프장은 운영중인 곳 28개, 승인된 곳 3곳, 절차이행 중인 곳 3곳을 포함해서 34개에 달한다. 이 골프장들의 전체 면적은 4072만4375㎡, 마라도 면적의 137배, 국제규격의 축구장 5700개 정도의 넓이다. 특히, 제주서부지역의 밀집한 골프장을 보면 거대한 골프왕국을 연상하게 한다. 골프장에 둘러싸여 오름이 숨쉬기 어려운 지경이다.

    ▶골프장개발, 제주도민에게 온 성과는?

    제주도 34개의 골프장에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거두어 들인 지방세 총액은 등록세, 취득세, 재산세 등을 합쳐 약 911억 원으로 1년에 182억 원, 골프장 한 곳 당 평균 5억여 원의 지방세를 거두었다. 등록세와 취득세 부분을 빼서 계속적으로 거두어 들일 수 있는 지방세수는 점점 줄어 들 것이다. 

    골프장이 내세우는 또 다른 경제 효과는 지역주민 고용창출이다. 현재 운영중인 28개 골프장 전체의 제주지역민 총고용은 정규직 1428명, 비정규직 288명, 캐디 1500명이다. 28개 골프장 전체가 고용한 제주지역민은 3216명으로 골프장 한 곳당 평균 고용인원은 114명이다. 이 숫자를 객관적으로 많다 적다라고 할 수 없겠지만, 골프장이 제주의 자연자원을 해치면서 만들었다는 점을 보았을 때, 고용창출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선택인지 판단해야 한다.

    개발 과정에서의 지역업체의 공사참여도 성과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골프장 9 곳의 지역업체 도급액 평균을 보면 약 400억 정도이다. 골프장 한 곳의 지역업체 수가 평균 22곳이므로, 한 개의 업체 당 도급액이 약 18억 원 정도인 셈이다. 

    ▲대부분 중산간 지역에 자리잡은 골프장은 건설 과정에서 생태의 보고인 오름 등 자연 훼손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
    ▶골프장 건설의 문제는?

    골프장 건설의 가장 큰 문제는 자연훼손, 생태계 파괴다. 제주의 대부분 골프장이 중산간지역(해발 200~600m)에 자리잡고 있다. 

    중산간 지역은 제주 대부분의 오름과 곶자왈이 분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름과 곶자왈은 제주생태계의 중심축을 이루는 곳이며, 제주사람들이 허파로 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골프장을 만들려면 자연의 원형을 훼손해야 한다. 초지이거나 산림이거나 곶자왈이거나 가리지 않고, 깊게 파내야 한다. 그 위에 골프장 농약이 지하로 스미지 못하도록 차수막을 깔고, 활성탄을 깔고 모래를 깔고, 잔디를 심는다. 철저하게 인공적으로 새로운 지표를 만드는 것이다. 골프장이 문을 닫을 경우,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골프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본 사람들은 골프장을 '녹색사막'이라고 부른다. 

    골프장은 엄청난 지하수를 이용한다. 특히 제주의 골프장은 한지(寒地)형 잔디를 사용하여, 사계절 푸르지만 그 대가로 계속해서 물을 주어야 한다. 제주 골프장 전체의 1일 지하수 사용 허가량은 하루 5만8858㎥로 삼다수 하루 취수량 2100㎥의 약 28배로 1개의 골프장과 삼다수 취수량이 비슷한 상황이다. 

    또한 골프장이 지하수 함양대인 중산간 지역에 자리하여, 지하수 함양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뽑아 쓰는 양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지하수와 관련해서는 또한 농약사용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 가능성까지 포함한다면, 보이지 않는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면서 골프장 허가를 내주고 있는 것이다.

    골프장은 또한 심각한 자연재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중산간 지역에 대거 골프장이 만들어지면서, 집중호우 시 지하로 유입되지 못한 빗물이 골프장 주변으로 넘치면서 아래 지역에 심각한 재해를 불러 일으킨다. 아직 까지 이로 인한 정확한 피해 분석이 없는 상황이지만, 재해영향과 더불어 골프장 물의 유실로 인한 토양오염 등 정밀하게 측정해야 할 때다.

    골프장이 점점 들어서면서 밀집도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골프장의 환경영향평가는 단위사업에 국한되어 골프장이 이처럼 조밀하게 만들어질 경우 가중되는 환경영향에 대해서는 살피지 못하고 있다. 

    골프장은 또한 제주도민의 관광수익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골프장 내에서 숙식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골프텔이 허가되면서, 골프관광객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다. 골프객은 공항에 내려 골프장의 버스를 타고,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골프장에서 잠을 잔다. 그리고, 공항을 통하여 나간다. 제주에서의 전 일정이 골프장에 한정되면서, 지역의 숙박업소나 음식점, 쇼핑업소가 골프객으로 인한 수익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골프장 수입 감소와 사양화

    골프장의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 지방자치시대가 되면서, 지방세수 증대, 관광객 유치 등을 내세워 골프장 건설에 집중하였다. 그 결과 골프장의 수입이 감소하고 있다. 2010년 1홀 당 골프인원이 11% 감소하였다. 눈 날씨가 많았던 작년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보다 감소폭이 적겠지만, 단순히 날씨 탓에 그치기에는 전국적으로도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골프장 난립으로 인하여 골프장이 줄 도산한 예는 가깝게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일본의 골프장 2442개 중 무려 700여 개가 부도 또는 도산으로 외국자본에 넘어갔거나 경영주가 바뀌었다. 이 중 15개는 새 주인을 찾지 못해 방치된 상태다. 도산된 후 매각 시에는 10분의 1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 이런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골프장, 제주의 미래를 팔고 있다

    얼마 전 오름의 경제적 가치를 매기는 연구보고서가 제주발전연구원에서 제출된 적이 있다.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거문오름의 경우 연간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가 1703억 원이라고 추정하였다. 저지오름의 경우 연간 17억원, 서우봉의 경우 13억원이라는 분석을 내왔다. 이는 현재의 상황에서 파급되는 효과를 종합한 것으로 잠재적 가치를 합하면 제주는 보물섬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고용창출과 세수확대라는 명분으로 귀중한 제주의 자연을 헐값으로 팔아버리고 있는 것이다. 골프장의 경우는 한번 만들어지면, 원래의 가치는 완전히 사라질 뿐만 아니라, 이후 되돌릴 수도 없는 파괴가 동반되는 것이다. 농부는 굶어도 씨앗을 먹지 않는 것처럼 내일을 위해 정작 아끼고 보듬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깊이 성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