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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제주 제2공항, 무엇을 위한 길인가? / 홍영철
A25면4단 기사입력 2018-01-01 19:06 최종수정 2018-01-01 19:25
[한겨레]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제대로 처리되지 못해 바다로 흘러드는 하수, 넘쳐나는 쓰레기로 포화가 된 매립장, 사용량 증가로 제한 급수가 되는 상수도, 늘어나는 차량으로 인한 심각한 교통정체, 유일한 식수원인 지하수 고갈 신호 등 제주도는 지금 예전에 없었던 심각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 막개발과 관광객의 급증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현상이 관광객 1600만명인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입니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는 제주에 제2공항을 만들어 관광객 4500만명을 수용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2공항 용역을 보면 제주의 현 상황에 대한 어떠한 분석도 없습니다. 단지 관광객 증가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맞추어 공항을 더 지어야 한다는 논리뿐입니다.
현재 관광객 증가의 주요 이유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서입니다. 제주도의 최상위 계획인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은 제주를 중국 시장을 겨냥한 관광휴양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만들어지고 있는 ‘신화월드’나 하루 6만명이 이용하는 복합리조트로 계획 중인 ‘오라관광단지’, 제주시 중심지에 지어지고 있는 ‘드림타워’ 등은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시설입니다. 결국 제2공항 계획은 더 많은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입니다.
국토교통부의 제2공항 추진은 국토교통부 스스로 우리 국토 이용의 ‘지속가능성’을 내던지고 막개발의 선봉에 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과 다름없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도시기반시설에 기초한 개발을 유도해야 하는 스스로의 지침을 위반하고 있고, 중국 일변도의 관광정책으로 제주관광을 망치려 하고 있습니다.
제주는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이자, 생물권보전지역이며, 람사르 습지와 세계지질공원이 다수 있는 곳입니다. 세계적으로 이러한 타이틀을 모두 가지고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제주입니다. 우리 국민이 모두 아끼는 곳이 바로 제주이고, 이런 제주를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저가항공의 창궐로 포화가 된 활주로를 더 만들기 위해, 저가관광의 확대와 편의를 위해 후손에 물려줄 유산을 희생시키고자 하고 있습니다.
제2공항을 짓지 않아도 제주도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면서 도민과 관광객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관광객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소형 항공기로 포화가 된 활주로를 중대형 항공기로 전환시켜 안전도를 높이는 것이 문재인 정부에서 당연히 취해야 할 자세입니다. 또한 제주도민들은 도서지역에 살면서도 도서지역으로 지정이 되지 않아서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점도 문재인 정부에서 먼저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과거 성장을 말하면서 결국은 막개발에 이르게 한 개발세력들의 적폐를 알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에 갇혀 또다시 4대강 사업과 같은 국가적 피해를 일으킨다면 국민적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빨리 깨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