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여미지 식물원 매입안(2004년도 도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 이 도의회에 상정됐다.
우리는 먼저, 국내 최대의 식물자원의 보고(寶庫)이자, 미래의 잠재적 자산가치를 지닌 여미지 식물원 매입을 추진하는 데 대해 적극 환영의 의사를 밝힌다.
여미지 식물원은 제주 자생식물 430여종을 포함한 약 2천2백여종의 식물을 보유한 보물급 식물원이자, 20여종의 법정보호식물을 보유해 환경부로부터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인정받은 국가적 자산이다. 최근에는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 국제종자교류, 식물유전자보존사업 등 국가적 차원의 사업을 자체적으로 추진해 식물종 보존에 기여하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산업구조의 고도화 및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BT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주도에 있어서, 여미지 식물원의 매입은 늦었지만 당연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여미지 식물원 매입과 관련한 최근 언론보도의 내용은 여미지 식물원 매입에 대한 기대와는 별도의 심각한 우려를 제공하고 있다.
그것은 먼저, 여미지 식물원 매입목적이 여미지 식물자원의 체계적인 보존·육성이라는 고유목적보다 가치관광수익의 창출에 더 큰 목적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제주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2004년도 도유재산 관리계획안]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도는 여미지식물원의 취득사유로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희귀식물의 체계적인 보존·관리" 외로 "다목적 공연장 건립 후 관광산업 활성화 및 지방재정 확충"을 들고 있으며, '향후 추진계획'을 통해서도 "관광지 조성계획 변경 및 공연장 시설 병행추진"을 민자유치 사업으로 명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식물원 '야간 개장'설이나, '대형수족관 건설-중문관광단지-컨벤션센터를 연계한 관광 핵심인프라로 육성'과 같은 그간 언론 보도의 내용은 도의 여미지 식물원 매입이 식물자원의 보존·육성보다는 관광산업진흥을 위한 수단으로서 활용하려는 데 더 큰 의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여미지식물원이 갖는 관광시설로의 가치는 충분히 인정이 된다. 하지만 여미지 식물원은 관광시설이면서도 식물자원의 보고로서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때문에 지나친 관광이용에 대한 집착은 여미지식물원을 관광을 위한 수익·위락시설로 전락시킬 수 있으며, 여미지가 갖고 있는 고유의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 따라서 관광시설로서의 육성과 더불어, 식물보전기관으로서 여미지가 갖고 있는 가치를 보존·육성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확대시키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부가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이의 균형있는 검토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운영주체와 관련한 문제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여미지 매입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측에서 수익사업으로 여미지의 운영권을 제주도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컨벤션 센터 운영적자 보전책으로 여미지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상당한 가치를 갖는 공적자산을 사기업의 적자보전을 위해 사유화, 상품화 하려는 것으로 검토대상에서조차 제외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여미지매입이 추진되면서 이의 현실 수익성을 감안한 운영권 경쟁이나 운영주체 논란이 점차 가시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여미지식물원은 당장의 수익성이나 관광이용수단 보다는 식물자원보존기관으로서 육성책이 우선 마련돼야 함을 분명히 하고자 하며, 여미지는 수익성 시설보다는 식물자원의 보존가 육성을 위한 공익시설로서 자리매김돼야 한다. 따라서 식물원 운영으로 인한 수익 또한 식물개발과 보존을 위해 자체 재투자되도록 하는 운영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셋째, 95% 이상이 제주도민인 여미지식물원 직원들에 대한 고용 및 근속승계가 안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이는 단순히 안정된 일자리 보장이라는 차원을 넘어 이들이 여미지 식물원의 실질적인 관리주체로서 역할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미지 식물원 관리의 노하우 승계와 식물원의 체계적인 육성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주도의 여미지식물원 매입에 대해 다시 한 번 적극 환영의 의사를 밝히며, 도의회는 여미지식물원이 명실공히 제주와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이자 식물자원의 보고로 육성될 수 있도록, 이번 여미지매입안에 대해 신중하고도 심도있는 심의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한다.
2004. 4. 26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고호성·이지훈) (공동의장 김경숙·홍성직·강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