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방산 산불에 따른 논평
산불방재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하라!
어제 산방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희귀식물의 소실과 기암괴석의 훼손 등 커다란 피해를 남겼다. 제주도소방방재본부의 잠정집계 결과 산방산 중턱의 소나무 지대와 정상부 희귀식물 지대등 3000평 정도가 소실되고, 또 20~25년생 해송 150그루와 30~35년생 활삼목 300그루 정도가 불에 탄 것으로 밝혀졌다. 산방산에는 구실잣밤나무를 비롯해 참식나무, 후박나무, 생달나무, 육박나무, 돈나무 등 난대림과 지네발란, 풍란, 석곡, 섬회양목 등 희귀수종이 자생하고 있다. 산방산은 이들 희귀식물이 자생하기 때문에 천연기념물 제376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그런데 어제 단 한번의 산불로 이들 희귀식물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산불을 진화하기 위한 관계당국과 주민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면서도 이번 산불이 초기에 진화되지 못하고, 이틀에 걸쳐 산불이 계속 이어진데 대해 큰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 산세가 아무리 험하다고 하더라도 두 시간 넘게 산불이 번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니 그야말로 '속수무책'이 따로없다. 우리는 이번 산불을 보면서 지난 2000년 2월 서귀포시 섶섬 화재를 떠올리게 된다. 그때에도 헬기가 제때 투입되지 않는 바람에 희귀수종들이 큰 피해를 봤다. 이번 산방산 산불 역시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만일 산불진화용 헬기가 제때에 투입됐다면 이번 산불은 빠르게 진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관계당국에 이번 산불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훼손된 식생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요구한다. 무엇보다 섶섬, 산방산에 이어 속수무책의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소방헬기의 도입 등 산불방재 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를 촉구한다.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고호성·이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