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의 대의를 훼손하는 국회 정개특위 합의를 규탄한다!
- 제주도 지역구 의석축소 반드시 재검토돼야
- 비레대표 축소 반대 및 선거 연령 인하 촉구
- 인터넷 실명제 및 노조의 정치자금 기부 행위 금지 반대
1. 작년 초부터 이어져 온 국회 정치개혁 논의가 2월 9일 전체회의에서 정치관계법 개정에 잠정합의를 이루고 각 당의 추인 과정만을 남겨 둠으로써 사실상 마무리되었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국회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제안한 정치자금투명성강화, 돈 선거 방지를 위한 제도개혁안 등을 상당부분 수용하며 정치개혁을 위한 중요한 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의가 있다.
2. 그러나, 정치개혁특위의 잠정합의안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개혁의 의의를 다른 한편에서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 정치개혁 잠정합의안은 총선에서는 올해 처음 적용될 ‘정당명부비례대표제’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수를 오히려 기존 전국구 비례대표보다 10석이나 적게 배분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역구 의석수만을 확대하려는 기존 정당의 기득권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의회정치는 기본적으로 정당정치이다. 그런 차원에서 비례대표비율을 오히려 줄이려는 것은 정당정치의 취지를 심각하게 왜곡할 뿐만 아니라, 정책전문성과 직능대표성의 보장, 여성 및 소외계층의 정치 진출 확대 등 여야 스스로가 입법릇처럼 선전해오던 대의를 스스로 저버리는 반국민적 의도가 아닐 수 없다.
○ 한편, 전체적으로 지역구 의원정수는 늘어나는데 반해 제주도는 오히려 지역구 의석수가 축소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기성정당들이 인구자연증가분에 따른 지역구 배분을 명분으로 이익 챙기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간 인구편차 3:1을 고려하더라도 인구상․하한선을 10만5천 ~ 31만5천으로 정한 잠정합의안으로 인해, 전국 89개 군(郡)중에서 인구 수 9위인 북제주군이 통폐합 되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설령 잠정 합의안의 기준을 근거로 하더라도 지역구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고 선거구 획정위의 엄격한 심의․조정으로 얼마든지 결과를 내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당들은 잠정 합의안을 최종 추인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 인터넷 실명제 문제도 심각하다. 국회 정개특위에서 의결된 법조항을 보면 실명제 적용범위가 상위 50위권으로 국한된 것으로 아니라, 개인 홈페이지를 포함한 사실상 거의 모든 인터넷 사이트까지 적용된다. 실제 의결된 법안을 보면 실명제 적용대상을 인터넷언론사로 단순하게 규정하였으나, 문제는 개정 선거법상의 '인터넷언론사' 규정이 지나치게 폭넓다는 것이다. 개정안 제8조의5에 정의된 규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인터넷언론사란 "정치․경제․사회․문화․시사에 관한 보도․논평 및 여론 등을 전파할 목적으로 취재․편집․집필할 기사를 인터넷으로 통하여 보도․제공하거나 매개하는 인터넷홈페이지를 경영․관리하는 자와 이와 유사한 언론의 기능을 행하는 인터넷홈페이지를 경영․관리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시민단체들의 사이트는 물론이고, 심지어 정치적 내용을 게재한 개인 홈페이지까지도 실명제 적용대상이 되는 셈이다. 이는 제안된 취지를 넘어서는 명백한 과잉입법이다.
○ 국회 정개특위는 선거연령 인하와 부재자 투표소 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여 재 논의해야 할 것이다. 젊은 유권자들의 정치참여 보장 확대를 위해 선거연령 인하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젊은 유권자들의 자구적 노력으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여 젊은층의 투표참여를 활성화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었던 만큼 부재자투표소 확대를 위한 제도보완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지금 정치권이 걱정할 것은 전반적인 투표율 하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이다. 형식적인 법논리에 매달려 유권자의 투표참여를 활성화할 대안을 외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젊은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가 확대되도록 선거 연령을 18세로 내리고 부재자 투표소 설치조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 아울러, 기탁금 반환 비율을 15%를 대체로 유지한다거나, 노조의 정치자금 기부행위 자체를 전면금지시킨 내용 등은 진보정당의 진출을 저지하려는 기성정당들의 음모로 볼 수 밖에 없으며, 헌법상 공무담임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조항으로 위헌의 소지마저 있다.
3. 우리는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지리한 공방과 오랜논의 끝에 도출한 정치개혁안에도 불구하고, 여야 잠정합의 과정에서 정당간 이해관계로 인해 그 내용이 변질된 것에 대해 이를 바로잡는 일에 본회가 참여하는 「정치개혁시민연대」차원에서 적극 대응해 나갈 것임을 밝힌다.
2004. 2. 13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 고호성․이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