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개혁과지방분권을위한제주협의회] 발족 기자회견
일시 2003. 9. 16(화) 오전 11시 장소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
<기자회견문>
참여정부 들어 지방분권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리는 역대 정권이래로, 거듭된 논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던 지방분권이 참여정부 3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되는 데 대해, 이에 적극 공감하며 아울러 이의 올바른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자 모였다.
지난 91년 부활된 우리의 지방자치는 그 10년의 경험을 통해 "분권없는 자치는 있을 수 없다"는 교훈만을 더욱 강력하게 부각시켰다.
40%에 이르는 기관위임사무를 떠맡은 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하청기관'화 된지 오래며, 자치적 입법권과 조직권의 실현은 오래된 숙제임에도 여전히 중앙통제하에서 놓여있는가 하면, 중앙정부는 별도의 특별행정기관을 재차 설치하는 등 지방자치 민주성과 책임성을 훼손하는 중앙집권화로 일관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꽃은 '주민참여'에 있다는 것은 귀가 아프게 들어온 당위이다. 그러나 지방자치 과정에서 그나마의 주민참여 제도들은 사문화되거나 오히려 민의를 왜곡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여 민주적 자치를 역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선의 여지조차 요원하다.
이렇듯 지방자치가 실시된지 10년이 됐지만, 우리의 지방자치는 여전히 '결정권 없는 지방자치'로 남아있을 뿐이다.
오늘날 '지역의 미래'는 어떠한가?
개방화와 IMF위기 이후 지역의 전통산업은 급속히 붕괴되고 있지만, 정보통신산업, 금융산업 등소위 대안적 미래산업은 여전히 서울에 집중돼 중앙-지방간의 극심한 불균형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는 지역 인재의 끊임없는 유출로 현상하며, 지방대학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구조는 스스로 일어서려는 지역의 혁신마저 불가능케해 지역은 그야말로 정체(停滯)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제주 역시 이러한 불균형과 침체의 악순환하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오히려 더욱 심화되는 듯 하다. 지역총생산과 인구비중의 절반을 서울이 독점하는 이 일극집중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지역 스스로의 발전이란 한낱 허공에 부유하는 외침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 지방분권 없는 지방자치야말로 풀뿌리 주민자치와 참여민주주의의 발전을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지역사회의 창조적 혁신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억압하고 있는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지역 스스로의 혁신과 지역위기의 극복, 완전한 자치를 위해 지방분권은 반드시 추진돼야 함을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아울러, 우리는 지금 추진되는 지방분권과 관련하여 다음의 네 가지 입장을 견지해 나가고자 한다.
첫째, 지방분권의 추진은 지역사회의 광범위한 참여와 이를 통한 도민적 역량의 결집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방분권은 단순히 중앙의 권력을 내려받는 것이 아니다. 사실상 권력의 해체를 의미한다. 다른 말로 이는 그야말로 개인 개인이 권력의 주체가 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권력의 주체로서 개인은 그만큼 자율과 책임에 입각해야 하는 바, 지방분권의 성패는 바로 이 개인들을 얼마나 자율과 책임의 주체로서 등장시키는가 하는데 달려있다. 따라서, 지역사회의 광범위한 참여를 통해 도민적 역량의 결집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하며, 관(官)이나 소수 엘리트에 의해 주도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둘째, 올바른 지방분권을 위해 자치단체의 개혁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방분권이 비록 미룰 수 없는 당위이자 대세이긴 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지방분권은 민주적 자치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분권이 곧 민주적 자치의 완성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 자치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우리의 자치수준은 아직 지방분권을 수용하기에는 성숙돼 있지 못하다는 것이 일반적 중론이다. 따라서 지방분권의 올바른 수용을 위해서라도 잘못된 자치의 관행들은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자치행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자치단체의 개혁이 우선 전제돼야 할 것이다.
셋째, 지방분권이 단지 '중앙정부 사무의 이양' 정도로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으로부터 얼마나 더 가져올 수있나 하는 태도를 버리고, 이제 완전한 자치로 거듭나기 위해 스스로에 대한 뼈를 깎는 변화를 요구할 줄 알아야 한다. 최근 도·시·군 할 것 없이 분권기획단 같은 기구를 만들고 있지만, 이미 전제된 분권의제의 재탕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리 지역에 맡는 분권전략에 대한 현실적이고도 개혁적 관점의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지방분권에 대한 전국민적 관점이 견지되어야 한다.
오늘날 지방분권이 절박한 과제로 대두된 배경에는 중앙집중·서울독점의 폐해에 따라 여느지역 할 것 없이 처한 '지방의 위기'에 대한 공동의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분권 논의의 장이 각 지방의 '제몫 챙기기'를 위한 각축장이 되거나, 소아적 이기주의에 기반한다면, 지방의 미래는 오히려 요원할 것이다. 최근 재정분권과 관련한 양여금 폐지 논란은 이의 징후에 불과하다.
제주도는 지금, '지방분권 시범도' 지정가능성이 거론된 이후 사실상 지방분권의 최일선에 서 있다. 하지만 정작 제주의 현실은 '국제자유도시'만이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며, '행정구조개편'이나 '자치시범도'문제는 이를 위한 하위범주로 전락해 있는 듯 하다.
우리는 지방분권이 제주도 국제자유도시 추진을 위한 효율성 논의로 경도되는 것을 경계하며, 이를 단호히 배격하고자 한다.
지방분권은 "자율과 책임"을 전제한다.
자율과 책임이야말로 바로 건강한 시민사회를 지탱하는 시민정신이기도 하다.
시민사회의 지지와 참여 없는 지방분권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오늘, 시민사회의 참여로부터 지방분권의 올바른 실현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앞으로 우리는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견제하면서 지방분권의 올바른 추진과 정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임을 엄숙히 밝힌다.
2003. 9. 16
자치개혁과 지방분권을 위한 제주협의회
<자치개혁과 지방분권을 위한 제주협의회 사업계획>
□ 지방분권 공론화 및 아젠다 사업
- 관련 워크샵 예정 중(9/26일 경)
- 지방분권 관련 토론회 개최 (10월 중 '대구협의회'와 공동개최 추진 중)
- 지방분권을 위한 지역아젠다 발굴 및 추진사업
□ 자치개혁 관련 사업
- 자치단체 '잘못된 자치관행 청산' 시민운동 전개
- 자치개혁 관련 과제발굴 사업
□ 지방분권 추진을 위한 전국연대
- 참여정부 지방분권추진 관련 의견제출 사업
- 시민사회 연대
□ 제주도 행정구조개편 관련 공론화 사업
[자치개혁과 지방분권을 위한 제주협의회] 현황 (9/16 현재)
○ 참여단체
반부패연대제주본부·제주여민회·제주주민자치연대·제주환경운동연합제주참여환경연대·제주YMCA·민주노동당제주도지부· 민주노총제주지역본부
○ 참여인사(9/16 현재)
고병련(산업정보대 교수, 경실련 공동대표)
고보선(산업정보대 교수)
고호성(제주대 교수)
김경희(행자부 자문위원, 前 여민회 공동대표)
김진호(제주대 교수)
김현돈(제주대 교수)
김희정(공인회계사)
유용식(산업정보대 교수)
윤양수(제주대 법학과 교수)
이경원(제주대 교수)
이용길(산업정보대 교수)
하순애(행자부 자문위원, 동의대 교수)
한삼인(제주대 법학과교수)
한석지(제주대 교수)
황석규(제주대 강사)
* 공동사무국 : 주민자치연대, 반부패연대, 환경연합, YMCA, 참여환경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