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차원의 공식사과 유보를 사실상 조장하고
제주4·3 진상규명에 찬물을 끼얹은
고건 총리의 '위령제 참석을 반대'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위령제참석과 공식사과 유보결정으로 그 어느 때보다 상생과 화합의 마당이 됐어야 할 4·3 55주년이 그 의미를 훼손당하고 있다.
대통령의 위령제 참석과 사과표명은 4·3사건이 국가 공권력에 의한 양민학살이라는 진상보고서의 내용을 공식 수용하고, 도민명예 회복을 위한 상징적이고도 선언적인 조치로서 제주도민이 반세기 넘게 숙원해 왔던 4·3문제 해결의 백미(白眉)요 결정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위령제 참석 및 사과 유보' 결정을 내렸다. "진상조사결과 국가기관의 잘못이 밝혀질 경우 대통령의 신분으로 직접 사과하겠다"던 노대통령의 약속을 철썩같이 믿고 있던 도민들은 이제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청와대의 유보결정 과정에 4·3중앙위원회 위원장인 고건 국무총리의 자의적이고 위법적인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고건 총리는 특별법의 시한이 금년 2월말까지임에도, 임의로 '6개월 연장'이라는 자의적 판단을 동원, 이를 근거로 대통령의 공식 '사과' 표명을 유보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한다.
[진상조사보고서]는 보고서작성기획단(단장 박원순 변호사)에서 2년여에 걸친 조사와 12차례의 회의를 거치는 노력 끝에 작성한 것이며, 이번에 분명히 위원회에서 의결 통과됐다. 단지 총리가 자의적으로 시한을 6개월 연장한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도 "진상보고서의 내용을 바꿔야할 만한 중요한 자료가 추가 발견 또는 제출될 경우"에 한한 일이고 그럴 경우 문자 그대로 '수정 보완'하면 될 일이지, 마치 보고서가 의결되지 않은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면서 대통령의 사과를 막는 명분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4·3특별법을 통한 4·3 진상조사의 결실을 훼손하거나 왜곡하려고 하는 극우세력들의 목소리를 의식한 고건 국무총리의 편향된 사고가 작용했다고 본다.
당초 4·3특별법이 2년이라는 한시적 규정으로 공포된 것은 그 어느 사안보다 이념적 대립분위기로 인한 진상규명 작업이 훼손될 우려에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3 중앙위원회 위원장인 총리가 군경 측을 대변하는 위원들의 요구를 수용하여 6개월 연장과 재심의를 결정한 것은, 특별법 제정→ 진상보고서 채택 → 국가차원의 공식사과라는 4·3해결의 완결적 흐름에 찬물을 끼얹고 결과적으로 이념대립의 분위기를 조장하고 부추기는 조치로서 제주도민과 인권을 생각하는 모든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적인 4·3 55주년 위령제에, 정부차원의 사과와 대통령의 참석을 가로막음으로서 4·3진상규명과 도민명예 회복에 찬물을 끼얹은 고건 총리의 참석에 반대함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아울러, 우리는 향후 6개월을 제주4·3문제 해결을 위한 결정적 시기로 규정하고, 국가차원의 책임있는 사과가 있을 때까지 모든 양심적인 세력과 연대하여 투쟁할 것을 밝힌다.
2003. 4. 2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조성윤·이지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강영훈·김경숙·홍성직
제주여민회
공동대표 김영란·김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