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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화순항 해군전략기지 추진과 관련한 논평


화순항 해군전략기지 건설문제가 도민들의 큰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그 실체에 대해서는 제주도는 물론 이 사안이 반영된 항만기본계획 수립 당사자인 해양수산부조차 "아는 바 없다"로 일관하고 있어, 해당지역 주민은 물론 도민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화순항 해군기지개발은 MD체제 구축 등 미국 군사전략에 기인한다는 의혹

이러한 시점에서 참여환경연대는 화순항 해군전략기지가 최근 본격화 되는 미국의 MD체제 구축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감출 수 없다.

지난 2월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에 이어 바로 3월에 김대중 대통령의 해군기지 필요성이 언급되었다는 사실, 4월 말에 미국의 마이어 합참의장이 내한을 통해 북한의 동향을 살폈다는 정황등으로 미루어, 지난 2월의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대북정책을 놓고 의견차를 벌여온 양국이 입장을 좁히는 과정에서 대북관계를 바탕으로 한 모종의 타협이 이뤄졌고, 화순항으로 유력시 되는 해군전략기지의 건설은 바로 그러한 결과의 산물이 아니냐는 추측이다.(지난 4월 미 태평양사령관은 "북한의 미사일이 중국보다 더 걱정"이라는 언급을 피력한 바 있다)

실제로 최근 언론보도 등에 의하면 미국은 작년 9·11테러를 기점으로 소위 '깡패국가'들에 대한 응징의 의지를 강화시켜 왔고, 자국민 보호와 인류평화 등을 명분으로 군사전략을 본격화 해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상과 우주에서 MD체제 구축을 전면금지하고 지상에서도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도록 돼 있는 ABM협정(탄도탄요격미사일협정)이 폐기됨에 따라 미국은 이 조항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미국은 미국의 동맹국들과 공해 및 영공에 MD무기체계를 배치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한 것이다. 현재 부시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미국이 직면한 최대 위협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무력화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이에 따라 내년부터 한국 및 그 인근에 패트리어트 최신 개량형인 PAC-3, 탄도미사일 요격시스템을 장착한 이지스 함, 항공기 탑재 레이저(ABL) 등을 배치할 예정이다. 또한 MD체제에서 상대방의 미사일 탐지, 추적하는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X-밴드 레이더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주간한국」 2002/07/04)

이런 언론의 분석과 앞서의 정황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의 MD체제 구축에 따른 군사전략이 본격화되고, 이에 따라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최대의 과제로 꼽는 미국이 한반도에 무기체계 배치를 고려하는 것은 억측으로만 치부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며, 화순항 해군전략 기지는 바로 이러한 미국의 군사전략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충분히 가능케 하고 있다. 즉, 제주도가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을 위한 거점으로, 미사일 방어체제구축으로 핵기지화 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의혹만 증폭시키는 해군기지 건설논리

화순항 기지가 단순히 우리나라 해군의 필요성에 의한 계획이 아니라는 것은 최근의 몇 가지 상황들에 의해 뒷받침 되고 있다.

우선,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계획을 처음 제안했다는 외교안보연구원의 교수는 최근 도내 언론을 통해 "항공모함 1척 입항"에 따른 경제활성화 효과를 언급한 바 있다. 이는 곧 화순항으로 유력시되는 해군기지가 국내 해군의 필요성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항공모함 접안이 가능한 규모의 기지시설이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미국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전략기지라는 의혹을 뒷받침 하는 것이라 하겠다.

둘째, 앞서의 외교안보연구원의 교수는 7월 10일 도내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해군기지 건설배경을 두고 "제주국제자유도시를 대비한 안전보장 조치"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영종도와 김포, 송도, 부산, 광양만 등 정부에 의한 경제특구 개발에 밀려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선점효과가 의문시 되는 상황에서, 하위범주인 자유도시 추진에 따른 역기능을 대비한 국가차원의 안전보장조치로서 해군기지가 추진된다는 논리는 군사기지건설을 정당화 하려는 견강부회의 논리로 설득력이 없다. 궁색하기 짝이 없는 이러한 논리는 곧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배경과 관련 실제로는 다른 이유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참여환경연대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 등과 관련한 최근 언론 분석, 화순항 군사기지 건설에 따른 관련 사실들을 종합한 결과, 화순항으로 유력시되는 해군기지가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에 의한 산물이라는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추진되는 해군전략기지가 건설되면, 평화의 섬을 지향하는 제주도는 오히려 국제적인 '군사지역'의 오명에 처하게 됨은 물론, 북한을 비롯한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 국가들의 주요 군사타깃으로 부상해 냉전체제의 거점으로 등장 '군사적 보호'의 유지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지도 모른다.

제주도의 조속한 입장정리와 단호한 대응을 촉구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에 따르면 항만기본계획에 의하지 않고서는 화순항의 군사기지개발은 이뤄질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기본계획이 이제 용역중간단계 시점에 와 있는 것에 비해, 이미 해군기지 건설계획은 확실시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정황은 제주도가 의견수렴 등 계획수립에 따른 절차등으로 대응을 미루었을 경우, 오히려 해군기지 건설추진의 시간만 벌어주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가능케 하고 있다.

더구나 해군기지 계획이 '군사기밀'이라는 베일에 쌓여, 결국 그 구체적인 실체가 밝혀지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주도는 하루 속히 분명한 입장 정리에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금명간 예상되는 해군본부와 해양수산부 측의 해군기지 설명에 대해 제주도는 가감없이 도민 앞에 공개하고 도민의 총의를 모아내야 할 것이다.

참여환경연대는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문제가 지난 89년의 송악산 군사기지 반대투쟁 이상으로 버금가는 커다란 현안일 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미래를 일거에 결정짓는 중차대한 문제로 규정,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밝힌다.

2002. 7. 11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조성윤·이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