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결정 무시한 정부는 좌파'라고 발언한
한나라당 박세환의원 대정부질문 (2002.04.10)에 대한 논평
-----------------------------------------------------------------------헌법재판소의 '제주 4·3사태' 결정을 무시한 현정부,
좌파적 처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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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박의원 발언 요지>
지난 3월 14일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는 명예회복 제외대상 기준으로, △'4·3사태' 발발에 직접 책임있는 남로당 핵심간부와 △군경의 진압에 대항한 무장대의 수괴급 등 2가지로 국한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헌정질서 수호를 책임지는 헌법재판소가 '군·경 및 가족 살해자', '관공서와 공공시설 방화자' 등은 명예회복 심사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작년 9월에 내린 결정사항을 수용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렇듯 제주 4·3사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사항도 무시하는 이같은 현정부의 정책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스스로 파괴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으며, 이것 이야말로 현정부가 좌파적 정체성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고 그 무엇이겠습니까? 이에 대한 국무총리의 답변바랍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논평>
본회는 금일 국회 대정부질의 과정에서 한나라당 박세환의원의 망언 소식에 경악과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제주도민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망언을 서슴치 않는 박세환 의원을 강력히 규탄하며, 한나라당은 당차원의 제주도민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다.
또한 제주출신 한나라당 현경대 국회의원과 전부총재인 양정규 전의원, 도지부장인 변정일 전의원의 입장도 동시에 밝혀줄 것을 요구한다.
제주4·3특별법은 '인권법'으로서 반목과 질시를 해소하고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법이다. 따라서, 헌재의 결정문 중 주요하게 고려해야 할 합리적 핵심은 희생자의 범위에서 제외하여야 할 대상을 언급하는 문안이 아니라, "가능한 한 희생자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입법취지를 살리는" 문구에 초점을 맞추어야 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4·3위원회는, 결정의 기속력이 없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판결의 일부 '의견'을 기준으로 희생자 심사 가이드라인을 삼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에 유족들과 많은 제주도민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 회의결과가 보도 되자 제주사회에는 큰 파문이 일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박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고문에 의해 허위사실(살인, 방화 등)을 자백하거나, 불가피하게(명령에 의해) 그러한 행위에 가담한 자들 모두가 희생자가 아닌 범죄자로 낙인찍어야 된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가족의 억울한 죽음과 연좌제의 멍에 속에서 50여 년간 한 맺힌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뒤늦게 희생자 신고를 종용해 놓고서 결국 "당신이 신고한 사람은 '희생자'가 아니라 '죄인'으로 판명되었다"고 하는 것은,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며, 유족들의 가슴에 또 한번 못을 박는 것이 될 것이다. 이는 '인권신장'과 '국민화합'이라는 특별법의 목적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도대체 특별법을 왜 만들었는지 그 존재이유를 의심케 할 것이다..
이미 4·3특별법이 제정되고 시행에 들어간 지금, 여전히 제주4·3에 대한 몰지각한 발언이, 그것도 우리나라 제1야당 정치인의 입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단순히 '본의 아닌' 실수로 받아들이기에는 엄청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지난해, 제주도를 '반란사건이 일어난 곳'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던 김기배 의원의 망언과 궤를 같이하는 한나라당의 제주4·3에 대한 편향되고 왜곡된 인식의 결과라고 밖에 안 보여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반 세기의 한을 딛고 제주도민의 결집된 의지와 힘으로 쟁취해낸 4·3특별법 요체가 진상규명과 더불어 제주도민의 '명예 회복'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구나 그 망언이 국회 본회의 석상에서 야당 국회의원의 입에서 튀어나왔다는 점에서, 이는 제주도민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일 뿐 아니라, 4·3특별법의 제정으로 이제 막 억눌렸던 한을 달래려는 제주도민에 대한 심대한 '폭력'이라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