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제10회 세계 물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세계 11억명의 인구가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고,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인구도 전세계 5억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2000년 기준으로 1인당 사용 가능한 수자원은 연간 1천3백84t. 국제기구가 제시하는 물 빈곤 국가의 기준(1천t)보다는 많지만 물 부족 국가의 기준(1천7백t)에는 못 미치는 물 부족 국가 또는 물 빈곤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그야말로 나라 안팎으로 물 기근, 물 전쟁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엄청난 물 부족 문제는 제주사람들에게 있어서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아니, 큰 하천이 없이 대부분 지하수에만 의존하고 있는 제주도로서는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이 귀한 제주사람들에겐 지하수는 없어서는 안 될 생명수이다. 따라서 지하수를 절약하고 지하수를 오염으로부터 지키는 것은 제주사람들에겐 사활적인 문제이다. 하지만 지난 '70년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한 제주의 지하수 개발은 과수원, 목욕탕, 대형호텔 등 각종 시설의 급속한 증가에 이어 최근 중산간 지역의 집중적인 개발로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약 5,000공에 육박하는 개발공들이 난립하여 막대한 양의 지하수를 뽑아씀으로써 지하수위 하강을 비롯한 해안지역의 해수침입, 지하수 수질의 오염과 고갈 현상, 해안변 용출수의 고갈 및 용출량 감소 등이 가속화되고 있다. 급기야 제주도는 도내 지하수 개발가능량의 80% 이상이 이미 개발된 상태라 지하수 사용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우리가 더욱 우려하는 것은 강우량이 많고 토양층 깊이가 얇고, 자갈 함량이 많아 투수속도가 빠른 지하수 함양지대인 중산간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개발이다. 지하수 사용을 제한하겠다는 도의 방침과는 달리, 엄청난 양의 지하수를 필요로 하는 제2차 종합개발계획과 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따른 개발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무분별한 골프장 개발 승인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재 운영중인 8개, 공사중인 6개, 승인된 5개, 절차이행 중인 곳까지 무려 28개소의 골프장이 제주의 중산간을 뒤덮게 될 것이다. 이미 감사원은 지난 1월 제주도를 비롯한 시·군 자치단체들에 대한 감사 결과, 자치단체들이 국토이용계획 변경, 환경영향평가 협의, 사업시행승인 등 골프장 승인 절차 과정에서 편법과 위법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렇듯 제주도를 비롯한 시군 자치단체들이 관광산업 활성화, 지역경제 활성화, 골프 대중화 운운하며 중산간지역에 대한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편법·위법 절차를 통해 무분별한 개발을 계속 용인한다면 제주의 지하수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지하수 오염과 고갈이라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이 때 도 당국이 '지하수 사용 억제'라는 물관리 정책과 정면 위배되는 개발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한다면 도민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제주도의 지하수는 도민의 생명수이자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당장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집착해 지하수를 오염시키거나 무작정 뽑아내 고갈시켜 버린다면 큰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우리는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 도 당국이 밝혔듯이 도내 지하수는 이미 80% 이상이 개발될 정도로 심각한 고갈 위기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지하수 사용량을 제대로 고려치 않은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제2차 종합개발계획과 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근거한 각종 개발계획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 도 당국은 지하수 사용량 억제를 위한 기존 시설의 지하수 사용량 억제, 지표수 및 용천수의 개발·이용확대라는 일관된 물 관리 정책을 펼쳐야 한다.
-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고갈시키는 골프장 건설은 더 이상 억제해야만 한다. 특히 도 당국은 감사원 감사결과 문제가 됐던 골프장에 대한 승인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골프장 운영과 관련한 각종 규제의 완화보다 물 사용량과 비료·농약의 사용량에 대한 특단의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
2002. 3. 21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조성윤·이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