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정당성 무시, 사업자와 한몸인 행정
사업추진만이 유일한 목표, 무엇이 중요한지 망각?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의 경우, 대규모 아파트 시설 바로 인근에 일제시대 진지갱도가 있어, 이에 대한 보존 대책을 제주시의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추진 지원 TF팀’에 물은 적이 있다. 환경영향평가서에 제시된 ‘진지갱도 주변 25㎡ 보존하라는 것이 어떻게 보존하라는 것이냐?’라고 TF팀장인 제주시 공무원에게 물었더니, “잘 모르겠고, 알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왜 그런지 물었더니 “제주시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의 공동사업자라서 보존과 관련해서는 알 필요가 없다”라는 것이었다.
제주시는 도시공원 민간특례 사업자이기 이전에 제주시의 환경과 역사 문화자원을 보존해야 할 기본적인 책무가 있다. 어떻게 보존할 지에 대한 이해는 전혀없고, 오로지 사업추진 만이 전부인 제주시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답이었다.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의 여기저기서 제주시의 본말이 전도된 사업태도가 드러난다.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추진 지원 TF팀 (이하 TF팀)의 운영과정에서는 더더욱 이해하지 못할 기괴한 상황이 펼쳐진다.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라는 지위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의 사업자로서 지위를 가지기 이전 상태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제안서의 타당성 검토를 거쳐 협약을 체결해야만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그런데 TF팀은 우선협상대상자의 제안서 타당성 검토도 안된 상황에서 우선협상대상자와 더불어 3월 10일에 제주도 도시건설국장 주재로 첫 회의를 가진다(코로나19 상황이었음에도 노마스크로 회의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다뤄진 ‘부서별 협조 요청사항’을 보면 TF팀과 우선협상대상자는 이미 한몸이었다. ‘공원・도시계획 공동위원회를 1회 통과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 협조 요청’, ‘환경영향평가 초안 생략 또는 약식 처리 요청’, ‘도시계획위원회 1회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 협조요청’ 등 제반 절차를 형식적으로 진행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TF에는 도시계획위원회 당연직 위원인 도시건설국장과 도시공원위원회 당연직 위원인 도시계획과장과 산림휴양과장, 타당성 검토 용역을 진행했던 제주연구원까지 참여했다는 사실은 더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무엇이 이처럼 절차를 뒤죽박죽 진행하면서 과속으로 사업을 진행하게하고, 행정의 본분을 망각하게 했을까? 2018년 제주도정은 일몰되는 도시공원을 모두 지방채를 발행하여 사들이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2019년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에 대하여 민간특례사업을 하겠다며 도민과의 약속을 어겼고, 2020년 1월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후에 2021년 6월까지 고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이라면 몇년이 걸렸을 절차를 빨리 진행하려다 보니 절차적 정당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작태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 도시공원에 대한 정책이 뒤바뀌게 된 이유는 단순히 지방채를 많이 발행해야 했기 때문일까? 일몰이 되어도 개발 가능성이 낮은 오름 정상 등을 먼저 매입하고 있는 제주도정의 행태를 보아서는 합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전에 물밑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제주도정에게는 지방채를 적게 만드는 것이 환경보전과 난개발 방지보다 중요한 것인가? 제주도정은 도시공원 민간특례의 공동사업자이고, 보존은 알 바 아니다라는 공무원의 발언은 제주도정의 현주소를 알려주고 있다.
2021. 5. 31.
제주참여환경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