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민 지사는, 우리들이 오늘 케이블카 관련 기자회견 하는 시간에 앞서, 갑작스레 기자간담회를 갖고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제안을 했다. 환경 및 산악단체·언론·제주도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도민 여론조사'와 '합동토론회 개최'가 그것이다. 이상의 두 가지 제안에 대해 아래와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첫째, '합동토론회 개최'와 관련하여
이는 우리가 그 동안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내용으로서, 이를 제주도당국이 전향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먼저 적극 환영의 뜻을 밝힌다. 더불어 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아래와 같이 제안한다. 먼저 이 합동 토론회의 공정한 준비를 위해, 제주도 당국과 본 환경단체 간 1:1로 동수의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이 준비위원회에서 그 시행일시와 장소, TV 중계 방식, 토론자의 비율들이 공정하게 정해져야 함을 주장한다. 이는 바로 내일 개최 예정인 공청회에서의 토론자 섭외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제주도 당국의 일방적 선정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함이다(제주도 당국은 토론자 섭외 과정에서 케이블카 설치 반대운동에 앞장서 왔던 단체의 인사를 배제하고,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인사들 대부분은 제주시가 아닌 서귀포시의 토론자로 내정하여 물의를 빚고 있다. 또한 선정된 토론자들 중에는 바로 어제까지도 본 보고서를 받지 못해 의견제출 검토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현재로서 우리가 생각하는 공개토론회 방식은 중립적 인사를 사회자로 선정하고, 찬성과 반대의견을 대변하는 토론자를 각각 동수로 선정함은 물론, 토론시간 제한없이 많은 도민들이 시청할 수 있는 시간대를 선정하여 '생중계'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공동여론조사 실시' 와 관련하여
먼저 우리는, 제주도 당국이 이 제안을 한 것은, 그 동안의 여론조사가 공정성을 기하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반증이라 생각하며,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어쨌든 이 또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와 관련한 우리의 입장을 아래와 같이 밝힌다. 이 여론조사는 위의 합동토론회 실시 '이후'에, 객관적 여론조사를 위한 1:1 동수의 준비위원회(위의 '합동토론회 준비위원회'와 통합시킬 수도 있음)를 구성하여, 이 위원회에서 객관적인 여론조사 기관이나 객관적 여론조사 항목의 설정, 조사방법과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현재로서 우리가 생각하는 여론조사는 크게 세 대상으로 나누어 실시돼야 함을 주장하는 바, 첫째는 제주도 당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케이블카 설치의 주요한 명분이 등산객 분산이용 유도론에 근거하는 바 먼저 한라산을 등산하는 '입장객 여론조사'가 필요하며, 둘째는 '제주도민 여론조사', 셋째는 한라산이 '민족의 영산'으로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도립공원이 아닌 '국립공원'이며, 이의 설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연공원법상의 변경절차 등의 중앙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국민 여론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우지사는 이 여론조사 결과를 '도민투표'에 준하는 것으로 파악하여 케이블카 설치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는데, 이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우리가 판단하기에 이러한 지사의 제안은 제주도 당국이 도민의 혈세를 7억이나 들여 발주한 이번 용역이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실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우리는 주장한다. 즉 이번 용역결과가 여러 가지 점에서 객관성을 상실한 짜맞추기식 보고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 비판을 무마하고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전략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는 말이다. 이번 용역의 취지가 무엇이었던가? 전문 연구기관이 작성한 객관적이고 과학적 조사에 근거하여 케이블카 타당성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당초의 취지가 아닌가? 이러한 당초의 명분이 그 객관성에 의심스러운 보고서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자, 이제는 무조건 도민여론몰이로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는 말이다. 한라산케이블카는 도민여론 여부를 통해 결정될 사항이 아니라, 과연 한라산 보호를 위해 케이블카 설치가 타당한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 사안이다. 이런 점에서 도민여론조사는 케이블카 설치 여부의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지언정 그 자체가 절대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만약 케이블카가 한라산보호에 기여하지 못하며 경제성도 불투명하다는 객관적인 조사가 나온다하더라도(역설적이게도 이번 보고서는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 도민 51%가 찬성하기만 하면 밀어 부칠 것인가? 또한 이로 인해 파생될 도민갈등의 증폭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찬성이든 반대든 공정한 룰 속에서 의견이 설파되고 홍보되어야 하며, 그것은 타당한 논리와 객관적 근거에 의한 것이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함과 동시에, 끝으로 '현재의 쟁점'은 케이블카 설치냐 반대냐가 아니라, 도민혈세를 들여 발주하고 제출된 타당성 조사 용역보고서가 얼마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내용를 담고 있는지 그 타당성을 냉정하게 검토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우리의 논평을 마친다.
2000. 11. 13
한라산지킴이 / 예래동환경연구회 / 제주환경운동연합
참여자치와 환경보전을 위한 제주범도민회